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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연구회 숙제

서울 G20 정상회의가 남긴 것 - 2010.11.23

서울 G20 정상회의가 남긴 것 - 호준석의 서울역 

(소셜웹 트렌드 스터디 일일숙제 2010.11.23)

출처: http://www.ytn.co.kr/news/clmn_view.php?idx=537&s_mcd=0605&s_hcd=04

기자는 2000년부터 2003년 초까지 청와대 출입기자로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AN+3 (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UN(국제연합) 등 많은 국제 정상회의들을 현지에서 취재했었다. 

취재 일정이 빡빡해 개최도시 자체를 자세히 둘러보기는 어렵지만 그 때 가본 도시들은 지금도 생생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특히 평소 가보기 어렵거나 처음 가본 도시들은 더 그렇다. 초겨울인데도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누비던 사람들이 많던 북유럽 코펜하겐, 금박 왕궁이 찬란하던 동남아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해변을 조깅하던 멕시코의 휴양도시 로스 카보스 같은 곳은 요즘도 가끔씩 머리에 떠오른다.

서울 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어제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종일 생방송을 했다. 전날 자정까지 회사에서 뉴스를 진행한 뒤 두시간 남짓 자고 코엑스로 나갔지만 별로 피곤을 느끼지 못했다. 오랜만에 역사적 현장에 서 있다는 흥분 때문이었을까. 정말 엄청나게 넓은 코엑스 미디어 센터는 기자들로 꽉 차있었다. 외신기자만 1,600명이 등록했다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정상회의 관계자가 3,500명.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자기 나라에서 상당한 여론 주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서울에서 보고 느끼는 인상은 그대로 그들의 나라가 대한민국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코엑스 정상회의장은 모든 것이 잘 준비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원래 이런 행사를 잘 하는 편이다. 아직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하기 힘들었던 1988년 올림픽 때도 행사 하나는 세계가 놀랄만큼 치러냈다. 2000년 코엑스에서 열렸던 아셈 때도 그랬다. 10년 전인 그 때도 기자는 코엑스에서 취재를 했었다. 시설도, 준비도, 기자들에게 주는 조그만 기념품 하나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 것이 더 실속 있었다. 회의기간 중 기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우리는 아셈 때도 무료였고 이번에도 무료였다. 공짜 선심이라고 폄하할 것만은 아니다. 외국에서 취재해 본 기자 입장에서 말한다면 '한끼 값 아꼈다.'는 생각보다는 성의와 정성으로 느껴지고 오래 고마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외신기자들은 회의 전후에 서울을 여기저기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주로 공항과 호텔,회의장만 오가다 귀국한다. 그래서 회의장에서 받는 인상은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G20 정상회의가 얼마나 내용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 즉 회의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우리가 회의의 성패를 책임지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회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성공'에서부터 '절반의 성공'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는 것 같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20개국이 모두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회의는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손익계산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번 회의가 대성공이든, 아무 합의를 이루지 못했든, 그건 우리에게는 부차적인 문제다. 'G20'이라는, 세계를 이끌어오던 전통 강대국들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권력들의 합의체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90%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더군다나 '환율 전쟁' 문제가 빅 이슈로 부각돼 세계의 이목이 서울로 쏠린 것은 큰 보너스였다. 

우리나라가 'G20'에 낀 것은 이미 11년 전인 1999년의 일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가 이 때 창설됐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에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이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가 개도국에서 선진국 반열로 뛰어올랐다고 호들갑을 떤다면 그것은 정확한 언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G20 서울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주목할만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로 공식 데뷔한 무대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평가다.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평가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앞 세대와 지금의 세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모두 저마다의 공헌을 한 결과다. 모두가 함께 자랑스러워해야 할 성과인 것이다.
2000년 아셈도, 2005년 부산 에이펙도 모두 잘 치러졌지만 이번 G20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강대국 정상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 그리고 단지 정례적 회의가 아니라 세계적인 빅 이슈를 다루고, 세계경제의 규칙과 질서를 새로 짜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때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세계인들이 이번에 서울을 알게 됐을 것이고, 그보다 많은 세계인들은 서울을 다시 보게 됐을 것이다. 이제는 서울이 60년 전 전쟁이 일어나 폐허가 됐던 서울이 아님을, 그리고 22년 전 올림픽이 열렸던 서울과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